<장기기증, 가장 아름다운 기증>광주매일 2014.1.12
운영자   2014-01-02

 

요즘 TV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공익광고가 방송되고 있다.

 

그 내용은 아들이 ‘나도 장기기증할까’ 하자 어머니가 ‘얘가 미쳤어’하며 시작되는데, 장기기증은 사후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시행되고 치료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보면서 와이프에게 나도 장기기증서약을 했다고 했더니 집사람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돌아온 대답은 ‘왜?’라는 것이었다.

 

현재 국민의 장기기증에 대한 정서는 ‘뜻 깊은 일이지만 내가 나서서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KONUS(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조사한 기증의향이 없는 이유는 막연한 두려움이 47.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35.6%가 신체에 훼손을 가하는 것이 꺼려져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정서는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남다르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배운 ‘신체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각인된 탓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회적으로 성형수술이 용인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장기기증의 수가 OECD 최저수준인 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예로부터 죽은 자에게 다시 죄를 물었던 ‘부관참시’(剖棺斬屍)처럼 신체 훼손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 그리고 사후 몸을 이용해

다른 세상의 삶을 살아간다는 일종의 뿌리 깊은 믿음을 비롯한 장묘문화 등도 기증자가 적은 원인일 것이다.

 

21세기 달 착륙은 기본, 날아오는 혜성에 위성을 쏘아 착륙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최첨단 시대임에도 아직 완벽한 인공장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장기이식을 위해 복제인간이나 유전자를 이용하는 것도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많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따라서 장기기증은 꼭 필요한 현실이고, 기증대기자의 10% 정도만 장기이식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안과 레지던트 시절 저녁에 KONUS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당직의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졌다. 현재는 각막보존제 등이 잘 개발돼 응급수술

등이 필요하지 않지만, 1990년대에는 일단 기증자가 생기면 안구를 가져오는 순간부터 기증받을 환자의 수술까지가 모두 한꺼번에 이뤄져야 하므로 그날 밤은 한숨도 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각막이식을 받았던 환자 중 기억나는 여고생이 있다.

어려서 한눈을 다쳐 각막혼탁이 심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한 분의 각막을 이식받았다.

수술 전 여고생은 머리카락으로 그쪽 눈을 가리고 다녔는데 수술 후 예쁜 얼굴로 웃으면서 병원을 찾았고, 인자해 보이는 어머니는 이름도 모르는 기증자의 명복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로는 세계 최정상급이다. 특히 안과분야는 굴절수술, 백내장수술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각막이식분야는 이식을 위한 각막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아직 대기자의 20%도 이식을 받지 못한 상태다.

기증의사가 있으나 실제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의외로 30%가 기증방법을 몰라서라고 하는데, www.konos.go.kr을 통해 쉽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공익광고에도 나오듯이 기증을 했다고 해서 불의의 사고시 바로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므로 안심해도 된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하면 건강해진다. 내가 건강해지면 사회가 밝아지고 깨끗해진다고 나는 믿고 있다.